<선생님이 들려주는 어린이책 이야기>
숲과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 ‘가문비 어린이’의 숲 관련 책들
김봉석(金鳳錫) / 동시작가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도시에 살고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라는 지리적 특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은 생활의 편리함과 교육문제 등이 단연 그 이유의 으뜸일 것이다.
필자도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나 고등학교 시절 이후 줄곧 도시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로의 회기가 꼭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시골에서 생활한 옛 생각이 떠오르고 그 추억이 남아 있어 필자가 쓰는 동시 글감의 대부분이 나무와 자연에 대한 것이 많다. 동시집 제목도『나무는 나무끼리 서로 사랑하며 산다』,『나무도 사랑을 할 땐 잎을 흔든다』등 나무를 앞에 세웠으며, 올 봄에 발간한『내가 네 가슴 속에 꽃필 수 있다면』에도 나무를 글감으로 한 동시가 절반이 넘는다.
이렇게 나무와 숲 등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던 중 ‘가문비 어린이’의 숲 관련 책들을 발견한 것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였다. 물론 처음으로 접한 것은 김숙분의『숲이 된 연어』(2006)였는데 그 후 이동렬의『사라진 숲 속 친구들』(2005)을 읽으면서 숲 관련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여기서 ‘숲 시리즈’로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것은 ‘가문비 어린이’ 출판사에서 애초에 시리즈로 출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나름대로 분류하여 본다면 숲 관련 동화(번역서 포함), 인물 탐구, 식물 이야기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숲 관련 동화에는 앞서 소개한 김숙분․이동렬의 책 외에도 심후섭의『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2005), 원유순의『북한산 다람쥐의 대단한 모험 이야기』(2007), 김숙분의『숲으로 간 고양이』(2005),『숲에서 이야기가 꿈틀꿈틀』(2005),『신화가 숨겨진 나무들』(2006), 크리스티네 랑에의『숲 속이 궁금해요』(2005) 등이 있으며, 인물탐구로는 김숙분의『숲을 사랑한 사람, 문국현』(2006)이 있고, 식물 이야기로는 김태정의『독도 식물 이야기』(2007)와 히다카 토시타카의『신비한 자연』(2008) 등이 있다. 본고에서는 이 중에서 숲 관련 동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책은 김숙분의『숲이 된 연어』(2006)이다. 이 책은 평소 지인인 저자가 보내주어 정독하게 되었는데, 숲이 주는 고마움을 연어의 일생을 통해 알려주는 내용이다. 숲이 되고 싶은 연어의 꿈을 연어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이야기하고 있어서 연어의 일생과 생태 정보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가기 위해 겪는 온갖 역경을 통해 연어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알을 낳고 죽어서도 숲의 양분이 된다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일깨워주고 있다. 주인공 은빛이도 자신이 태어난 연곡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일생을 마무리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어미를 품어주었던 가문비나무에게 다가간다.
이 책은 은빛이와 그 무리들이 동해와 북태평양, 알래스카, 베링 해와 캄차카 반도를 따라 이동하는 길고 긴 여정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리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연어들의 먹이와 생김새, 바다에서의 변화 모습 등을 알려준다. 또한 역경을 극복하고 모천으로 돌아오는 과정과 산란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보고 생명의 숭고함과 존경을 배우게 된다. 열흘 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상처투성이로 상류에 도착한 은빛이는 가문비나무를 만나고 알을 낳고 죽는다. 은빛이는 가문비나무의 품안에서 숲이 된 것이다. 이것은 연어의 죽음이 아름답다는 은빛이의 말처럼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환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동렬의『사라진 숲 속 친구들』(2005)은 자연보호의 소중함과 함께 숲 속 동물의 입장에서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동화이다. 주인공 산비둘기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왕박산 동물들의 회의에 참석한다. 숲 속의 왕인 멧돼지 할아버지는 겨울을 지내기 위해 먹이를 준비하라고 하지만, 편하게 사람들이 뿌려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이 좋다는 다른 동물들의 주장에 밀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끝난다. 한 해는 다행히도 사람들이 먹이를 주어서 겨울을 날 수 있었는데, 어느 해 겨울엔 먹이를 뿌려주던 사람들이 왕박산에 오지 않아 사람들만 믿고 먹이를 준비하지 않은 동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결국 멧돼지와 고라니, 노루 등은 사람들이 먹이를 뿌려놓았다는 다른 산으로 먹이를 찾아 떠나고, 새들은 닭장의 먹이를 먹으려고 가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겨울철에 굶주린 동물들을 위해 먹이를 주는 일은 동물을 위해 좋은 일이다. 또한 먹이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오지 않아 사람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보호 또는 동물보호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우리의 이러한 행위들이 동물들에게는 혼란을 주고 의존심만 키워주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동화의 내용처럼 자연의 변화와 순리에 적응하지 못한 동물들은 결국 도태되고 만다는 자연의 엄격함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동물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고 살아가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우리가 주는 도움도 또는 자연보호도 동물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심후섭의『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2005)는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아름다운 동화 아홉 편으로 엮여있다.
잘난 척하다가 후회하는「긴 호박줄기의 후회」, 키를 키우기만 하다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나무 이야기인「쓰러진 나무의 비밀」, 서로를 감아 올라가다가 둘 다 죽는다는「칡덩굴과 등나무가 만나면」등은 욕심을 부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삶과 흡사하다. 다투거나 욕심 부리지 않는 자연의 삶을 보여준다.
더 이상 나비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보라색 꽃으로 마음껏 치장한다는 가을 꽃 이야기인「가을에는 왜 보라색 꽃이 많은가」,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해 날개를 달아준 단풍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식물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는「나무도 날개를 달 수 있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통해 식물의 이름이 지어졌다는「네 이름은 어떻게 지어 졌니」등의 동화는 사람들이 사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식물들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며 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무도 아픔을 느낀다는「나무도 운다」, 자연의 성질에 맞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진정한 자연 사랑임을 알려주는「세상에서 제일가는 정원사」, 모든 꽃과 나무와 풀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등은 자연의 소중함과 함께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이 책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림과 함께 보면 식물 생태 파악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통해 자연과 친하게 되고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원유순의『북한산 다람쥐의 대단한 모험 이야기』(2007)는 북한산에 사는 다람쥐인 다람이의 모험을 통해 동물들이 숲에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우리가 숲과 동물을 지키고 도와주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이다.
아빠의 품에서 독립해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하는 다람이의 숲속 생활은 고난 그 자체이다. 먹이 구하기와 천적으로부터의 도피 등 어느 것 하나 쉽고 만만한 것이 없다. 어느 날 다람이는 사나운 야생 고양이를 만나 죽을 고비를 맞는데 다행히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그 사람의 집에서 살게 된다. 언제든지 먹이를 주기 때문에 먹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야생 고양이 같은 무서운 동물들의 공격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항상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람이는 비록 먹이 구하기가 힘들고 온갖 위험이 있지만 숲속 생활이 그리워 사람의 집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결국 시궁쥐 날랜돌이의 도움으로 숲으로 돌아가게 된다. 숲이 다람이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람이는 숲에서 다른 자연과 동물들의 도움으로 그 구성원이 되어가고, 그들과 함께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살아가게 된다. 따뜻한 집을 마련해 준 졸참나무 할아버지, 푸근한 친구 청설모 푸푸, 햄스터 알록이, 숲으로 탈출하게 도와준 시궁쥐 날랜돌이 등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중한 친구들이다.
또 이 책의 뒷부분에는 다람쥐의 생태와 종류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 부록이 있어 자연의 소중함과 함께 다람쥐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
김숙분의『신화가 숨겨진 나무들』(2006)은 세계 여러 나라에 전해져 오는 나무와 관련된 신들의 이야기 일곱 편을 소개하고 있다.
「오딘이 지혜를 얻은 물푸레나무」(노르웨이), 「환웅이 내려온 박달나무」(한국), 「참나무에 찾아온 제우스」(그리스), 「아담의 무덤 위에 돋아난 삼나무」(이스라엘), 「마왕과 발키리가 살던 오리나무」(프랑스), 「예언자 멀린의 소나무」(영국), 「백단향 향기를 맡으며 오는 시바」(네팔) 등이 그것이다.
여러 나라의 신화 중에서 나무와 관련된 신화로 어린이들에게 호기심과 함께 자연의 신비감을 통해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심어주고자 한다. 각 나라의 신화와 더불어 관련 정보를 소개하고 있어 깊이 있는 신화 공부에 도움이 된다. 신화 탄생의 역사적․시대적 배경, 신에 대한 생각, 관련 이야기 등을 곁들여서 신화의 흥미를 높여 준다. 또한 신화 관련 나무에 대한 세밀한 그림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어 나무의 생태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번역서인 크리스티네 랑에의『숲 속이 궁금해요』(2005․이옥용 역)는 자연생태 그림책이다. 도시에 살던 주인공 얀과 레나가 부모님을 따라 시골로 이사를 가서 숲을 탐색하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루할 것 같았던 시골 생활이 숲에 대해 알아가면서 점점 숲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과일나무, 다람쥐, 상수리나무 뒤쪽의 헛간 등을 따라가며 숲을 탐색하게 되며, 프레디에게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들으며 숲에 대해 점점 깊이 있게 알게 된다. 숲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숲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숲은 왜 필요한지 등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얀과 레나를 통해 들려주며, 숲 속의 나무, 새, 곤충, 포유류 등에 대한 정보도 자세한 그림을 곁들여서 알려준다.
‘가문비 어린이’에서 출간된 숲 관련 책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의도했든 아니든 독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한 줄로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화된 현대인의 삶에서 자연과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귀중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살아본 경험이 없는 도시의 어린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정보와 깨달음을 줄 것이다.
○ 성명 : 김봉석(金鳳錫)
○ 약력 : 충북 단양 출생. 1992년 제32회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동시부문 당선. 동시집 <하늘로 가는 길>, <몽당색연필>,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 사랑하며 산다>, <나무도 사랑을 할 땐 잎을 흔든다>, <내가 네 가슴 속에 꽃필 수 있다면>.「창문문학상」,「수곡문학상」,「강서문학상」수상. 한국현대아동문학작가회 부회장, 강서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위원장 겸 출판국장. 건국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서울신곡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