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작가] 박일 작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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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주세요.

 

고향이 경남 사천(삼천포)입니다. 바다 곁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지금도 바다 앞에 서면 풍덩 뛰어들고 싶거든요. 내 동심이 바다니까 바다를 소재로 한 동시들도 많고요. 내 작품 속에도 바다는 흐르고 있을 겁니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때로는 물새와 바람 소리가 날 거고, 부드러운 손길의 엄마 같은 바다는 물론 쓰나미 같은 바다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수평선과 그 너머의 푸른 꿈도 꾸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2. <손주병법>은 어떻게 탄생되었나요?

 

부모가 아기를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기를 맡겨두고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유아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기는 것이 더 미덥습니다. 요즘 기저귀를 사러오는 할아버지도 많고, 육아일기를 쓰는 할아버지도 있다네요. 손주를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산을 업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손주바보가 되면 고달픔보다 손주 자랑을 더 많이 하고, 더 열정으로 손주들을 키웁니다. 어쩌면 손주들은 아픔이기도 하지만 기쁨이기도 하지요. 그 아픔과 기쁨의 모습들을 동시로 써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손주병법>은 손주들과 겪는 아픔과 기쁨입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사랑받겠지요.

 

3. 어린이를 위해 동시를 쓰시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어떤 동기가 있어서 동시를 쓴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있을 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동시가 부르는 손짓에 이끌렸을 뿐입니다. 좋은 동시를 소개해주면서 마음을 가꾸고, 상상력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동시문학은 깨끗하고, 참되고, 아름다운 순수의 문학이거든요. 꿈과 희망을 주는 따뜻한 문학이니까요. 또한 상상력의 창고였으니까 동시의 매력에 이끌렸다고 할까요?

 

4. 앞으로 꼭 쓰시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큰 나뭇잎에 가려진 예쁜 풀꽃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늘이나 어두운 곳에 있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것들을 찾아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환경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깨끗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더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동시로 표현하기에는 버겁고 무거운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밝고 맑아야 하니까요.

 

5.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교육대학을 다닐 때 시를 써서 제법 성과도 올렸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동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노력하기 쉽거든요. 그 때부터 동시집을 많이 읽었고, 좋은 동시를 많이 소개했고, 동시를 많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쓴 동시들은 문학잡지에도 보내면서 작품평도 듣고, 그러다가 추천을 받으면서 작가가 되었지요. 계몽사아동문학상도 받게 되었고요.

6. 훌륭한 글을 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 주세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독서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기초가 약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은 책을 읽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체험은 중요합니다. 모험이 아니더라도 나 혼자 체험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다른 마을, 다른 학교, 시장, 공원, 뒷산, 체육공원, 영화관, 박물관 그리고 미술관 등에도 종종 들러보세요. 학교 마치고 학원에 가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생활은 여러분의 상상력을 해칠 수 있습니다. 틈틈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활동을 해보아야 새로운 세계를 만나거든요. 그게 모두 글감입니다. 또한 수시로 글과 가깝게 지내야 합니다. 메모하기, 일기쓰기, 감상문쓰기, 기행문쓰기는 매일 할 수 있는 글쓰기입니다. 무엇보다 많이 써보아야 합니다.

 

7. 그동안 쓰신 작품들을 소개해 주세요.

 

작년(2015년)에 ‘박일 동시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이 나왔습니다. 이 선집은 한국 아동문학사를 빛낸 동시인 111인을 뽑아서 그들의 대표작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그 책에 102편의 동시를 실었습니다. 그 작품들 중에서 세 편만 소개합니다.

 

김장하는 날

손가락 맛이

더 좋은가 봅니다.

 

김치 한 가닥

찢어

입에 넣고

 

할머니도

쪽-

엄마도

쪽-

 

손가락을 빨거든요.

 

 

개미의 집

 

내 몸은

개미의 집.

 

목욕탕에 들어가면

기어 나오려고

온몸을 간질이는데

 

아빠가 밀어주는

때수건에

또르르 말려서 기어 나오는

 

개미,

개미,

개미….

 

집세도 안 내고

떼를 지어

살고 있었네.

 

 

해와 꽃

 

해가 뜨는 것은

가장 고운 색깔을

꽃잎에게 드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꽃밭이 흩어진

시골 끝까지

햇살을 데리고 가 준다.

 

꽃잎이 있는 것은

가장 고운 해님을

우리에게 보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마당도 없는

도시의 우리 집까지

꽃잎을 데리고 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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