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작가] 이동렬 작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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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님의 작품세계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내가 8대 종손이고 현재도 4대에 걸쳐 여덟 명이 한 집에서 살아 그런지 주로 가족 사이의 훈훈한 정, 가족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힘이라는 점을 많이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어린 추억, 우리네 정서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잊어져가고, 잃어져 가는 우리 것에 뿌리가 닿아 있는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제와 소재의 폭을 넓혀서 세계화하고, 우리 민족의 한과 피, 땀이 엉켜 있는 이민동포들의 삶을 ‘아리랑’이라는 단어 속에 녹여 연관시킨 작품을 시리즈로 쓰고 있습니다.
 

2. 작가님에게 특별한 취미가 있으신지요?
 
내 취미는 야생화 가꾸기와 서예입니다. 야생화는 내가 운영하는 카페 <숲속동화나라>(다음)에 내 집필실인 <화운조산재/花雲鳥山齋> 뜰에 십여년째 백여 종 가꾸고 있지요. 언제 봐도 꽃 속에 묻혀 사는 느낌이 들지요. 이제 꽃을 소재로 한 동화들만 쓸 날도 있을 거예요.
서예는 교사 시절 한글 쓰기는 기초를 읽혔는데, 내친김에 한문 서예를 정통적으로 배우고자 5년째 일주일에 두 번씩 청람 선생 문하에서 글씨를 읽히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초는 닦아서 제46회 전국공모 인천미술대전 서예 한문부문(예서)에서 입선했습니다. 미약하나마 전국적인 공증(?)을 받은 셈이지요.
요즘은 서예도 하면서 사군자를 경인교대에 나가 미술과 교수님한테 제대로 배우고 있습니다. 붓을 잡고 있으면 동화를 쓸 때처럼 행복하답니다.
늙어서 종합적인 두뇌 판단이 흐려져 동화를 쓰지 못할 때는 아마도 붓과 많이 놀다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3. 작가님은 어떤 성격이신가요?
 
자기가 자기 성격을 진다하라니 좀 쑥스럽네요. 주변 사람들이 내게 들려준 내 성격은 사리판단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오래 생각한 후에 행동에 옮기는 타입니다. 그러고도 아니다 싶을 때는 끝장을 보는 타입이지요. 종손이자 맏아들이라 그런지 서로 융화하고 타협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서로간의 약속이나 의리를 무척 중시하는데, 상대방이 그걸 안 받아줘 내게 서운한 게 너무 쌓이면 못 참는 성격입니다. 둘 사이가 갈라지더라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지요.

 
4.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교대 다닐 때는 시를 썼고, 시조도 좋아해 신춘문예에 응모하곤 했지요. 그런데 어린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초등 교사로 출발하다 보니 동화가 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먼저 당선되어 평생 동화만 써 왔지요. 하지만 동시와 동시조를 섞어서 시집 한 권쯤 죽기 전에 내려고 합니다. 지금도 내 컴퓨터 속에는 설익은 작품 수준이지만 백 편 넘는 시가 저장돼 있어요. 지금도 가끔 꺼내보며 다듬고 동시를 쓰기도 한답니다.

 
5. 주로 어떤 분야의 작품을 쓰고 계신가요?
 
앞에도 조금 이야기를 비쳤지만 요즘은 세계로 작품무대를 넓히고, 그 너른 세계 속에 뿌리를 내려가는 우리 민족의 한과 열정이 녹아있는 ‘아리랑’시리즈를 쓰고 있습니다. 이 아리랑 시리즈를 댓 권 쓰려고 합니다. 작년에 『아리아리랑』이라는 책을 썼고, 지금은 『하와이아리랑』을 집필 중입니다.
벌써 다 썼어야 하는데 노모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간병 하느라 마무리가 잘 되지 않네요.
 
 
6. <하늘을 날고 싶은 괴물 물고기>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이 작품은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현상을 보고 구상했지요. 쓰나미 장면을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서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만 그리면 사실화밖에 안 되겠기에 거기다가  ‘전쟁’과 ‘평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제2차 대전을 끌어들였지요. 그리고 작품 무대도 넓게 태평양의 하와이 섬 근처로 가져갔지요. 그리고 주제면에서 전쟁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살상무기인 폭격기와 군함을 등장시켜 전쟁의 피해에 대해 생각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반면 그런 무기들과는 정반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없는 바다 속의 물고기들을 등장시켜 살상무기가 그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아이러니를 연출해 진정한 평화를 부각시키려고 했습니다. 또 무대가 태평양 물속이라서 사실적인 묘사가 어려워 환상 세계로 설정해 재미성을 부여하려고 애썼지요.
하도 생활동화로의 쏠림현상이 심한 시점이라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제게는 작품의 배경을 세계로 넓힌 첫 작품이 되는 셈입니다. 사람은 작지만 작품은 크게 놀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7. 지금 집필 중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장편으로 『하와이아리랑』을 쓰고 있습니다.
 
 
8. 동화작가가 되려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우선은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써 보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러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데, 누구나 자기가 할 수 있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많이 해야지요. 또 자기 시야와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내여행은 물론 세계여행을 많이 하며 보고 듣는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돼요.
저도 30여개국을 돌았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다리가 아프고, 비행기 타는 게 싫어서 못 다니겠어요. 돈도 딸리고. 젊어서 빚을 내서라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사진 찍고 메모해야 해요. 그리고 관심분야에 대해 전문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여행이 아는 만큼 보이듯이 작품도 아는 만큼 써 지는 거 같아요.
책상에 앉아서 적당히 아는 거 조합해서 쓰면 작품 꼴이 되기는 되나 누구나 다 엮을 수 있는 그런 ‘보통표’ 작품밖에 안 되는 것을 제 경험으로 실감했습니다.
 
 
9. 작가님께선 앞으로 어떤 주제의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앞에 언급했던 건데 세계 곳곳에 나가 피와 땀으로 온몸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어렵게 뿌리 내려가는 재외동포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싶어요. 그런 과정의 삶들이 다 ‘아리랑’이라는 낱말 속에 용해되어 들어갈 수 있거든요. ‘아리랑’이라는 말은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다 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공통분모가 들어 있어요. ‘하와이아리랑’, ‘연변아리랑’, ‘독일아리랑’ 등등의 제목으로 쓸 이야기 줄거리들을 구성해 놨지요. 오래 전부터 관심 있는 나라들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메모해 왔거든요. 그간 여행비를 많이 들였으니 이제 여행경비도 좀 뽑아야 하잖아요. 후후후.
 
 
10. 독자들에게 유익한 말씀을 한 마디 해 주세요.
 
너무 한쪽만의 책을 읽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인기 작품만 읽는다든가, 한쪽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은 곤란해요. 편식을 하면 정신건강에 해를 불러올 수도 있거든요. 정신건강을 해쳤는지를 읽을 때는 몰라요.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지요.
동화장르는 동화만이 갖는 환상성이라는 특성이 있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활동화도 읽어야겠지만 환상동화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왕자』같이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을 많이 읽기 바랍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우선 발등에 떨어진 배고픔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현실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환경에서 그런 유형의 책을 읽고 자라 현실을 즐겨 다루는 작가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이젠 오늘에 만족하지 말고, 내일을 향한 꿈을 더 많이 생각하는 작가가 많이 나오고, 독자들도 그런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인의 앞머리에 나설 여건이 조성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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