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작가] 양정숙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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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위 꿀단지에 대한 단상
 
동화집 감나무 위 꿀단지는 다섯 빛깔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표제로 사용한 감나무 위 꿀단지는 체험과 상상력을 버무려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지요.
전쟁이 얼마나 세상을 황패하게 만들고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앗아가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오늘의 안락이 누구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루어 졌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정말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6.25 때 빨치산이 들이닥치면 노인과 아기만 빼고 젊을 사람은 다 산으로 끌고 갔습니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어느 날이었어요. 빨치산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손에 든 낫이 달빛에 번쩍였습니다. 마루에 걸터앉은 그들은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습니다. 30대 초반인 엄마는 친절하게도 고생하신다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어린 나는 엄마 아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엄마의 지혜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불 쓰고 엄마 품에 안긴 나를 보고 몇 살이냐고 물었어요.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세 살 밖에 안 된 아기를 데려다 어디에 쓰겠느냐고요.
 
• 「잃어버린 사진 값은 시골에서 읍내 학교로 전학한 아이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사귀지도 못하고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동네 친구들은 조금 가까운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로 다녔지만 영숙이 만이 읍내 학교를 택했습니다. 그건 부모가 교육열이 있어서 수준이 조금 나은 읍내 학교라도 보내야겠다는 뜻이 아니고, 이사하고 일 년만 살다가 아버지 형제들아 사는 읍내 근처로 이사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덕분에 먼 통학길로 영숙이는 고생을 많이 했고, 부모님은 이사를 하지 못하고 평생 그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 「백 번째 시루떡은 두 이야기를 쓰고 생각하자 환경이 더 열악했던 아주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긍금해졌습니다. 옛이야기 책을 뒤적이었습니다. 사람이 소가 된 사연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백년 묵은 여우 이야기와 합성을 했지요.
 
• 「내 더위는 전통 시장에 갔던 날이었습니다. 대보름이라며 보름 음식 재료들이 푸짐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세시 풍속을 전통시장에서 느끼고 돌아와 체험과 상상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를 탄생 시켰습니다.
전쟁 통이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얻어먹는 사람이 참 많았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 「택배로 온 힘찬이는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로봇이 중환자에게 밥을 먹여 주는 장면을 봤어요. 4차 산업은 우리 곁에 밀착해 있구나. ‘옛날에는 가족이 환자를 돌봤대.’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십 후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삼십년 가깝게 글을 쓰면서 흔히 말하는 통잠을 자 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나 늦게 시작한 대학 공부는 젊은 사람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에 숙제 한 번 거른 일이 없었으니까요.
수필을 오래 쓰다보니 지식에 목말랐습니다. 내가 가진 식견은 너무 얕고 빈약해 공부를 더 하고 싶었습니다.
66세에 대학 입학을 했습니다. 문예창작과를 나오면 거미 속에서 거미줄이 나오듯이 글이 술술 나올 줄 알았습니다.
여러 장르를 접했지만 어느 것 하나 이거다 하고 잡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칠십에 대학 졸업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 앉아 글만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앉으면 하얀 화면이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글이 써 지는 줄 알았니?’ 하고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대학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실기 위주의 교육을 한다 했습니다. 입학 원서를 넣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가 73세였습니다. 아동문학이 적성에 맞았던지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해 바로 신춘문예에 동화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아동 문학 입문한지 이제 겨우 5년째인 피라미가 무슨 아동문학을 논할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계속 노력하며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고 재미밌어 하는 글을 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지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0년 말 쯤 책 두 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는 6.25 때 실화입니다. 아홉 살 어린아이 앞에서 빨치산이 벌건 대낮에 부모와 조부모, 형을 산으로 끌고 가 총살을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는 분의 실화이기에 증언 한다는 맘으로 쓰고 싶습니다. 언제 이 글이 완성될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발표한 동화 작품이구리구리 똥개구리입니다. 첫 동화집 표제로도 썼습니다.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열무 밭에서 사는 청개구리가 불빛이 환하게 빛나는 아파트 안이 궁금했습니다. 엄마 청개구리의 만류에도 극적으로 아파트에 들어오는데 성공합니다. 자연의 세계에서 문명의 집을 처음 구경한 것이지요.
숨을 곳을 찼다가 화장실 변기에 빠집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세진이 설사를 하는 통에 숨이 막혀 꼼짝 없이 죽을 위기에 닥칩니다. 변기에 똥을 눈 세진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 나와 엄마 픔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한 구절만 소개 할까요.
 
구리는 바둥거리며 소리쳤습니다.
세진아! 빨리 꺼내 줘!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누런 똥을 뒤집어쓴 구리가 겨우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습니다. 어푸어푸 똥을 뱉으며 안간힘을 썼습니다.
 
제 딴엔 생명의 소중함을 다룬다고 했지만 평가는 독자의 몫이지요.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동화의 길로 안내해 준 작품이어서 애정 또한 각별합니다. 그 동안 쓴 작품들을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지만. 이 글만은 제 대표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도 책을 한 번 읽어 봐 주시면 더 감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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