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작가] 전병호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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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따듯한 동심의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작품을 쓰려고 해요. 사람들이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마주쳤을 때 서운해하거나 다투기도 하잖아요. 이때 무엇을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저의 판단기준은 동심이에요. 동심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절대 양심이나 순수라고 생각해요. 이런 판단기준으로 생활하다 보면 손해 보거나 상처 입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먼저 이해하고 양보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니까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생겨나요.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요. 많지요. 그렇다고 크게 서운하지는 않아요. 그건 그 사람 사는 방법이니까요.
동심을 갖고 살면 작은 것을 잃을지 몰라도 큰 것은 얻는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어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진리, 진실, 가치, 공동의 선, 봉사, 배려 등 이런 것들이지요. 그리고 나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려고 노력해요.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원하는 일도 할 수 있고요. 나는 내 작품을 통해 이런 생각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2. <구슬비 소녀>는 어떻게 탄생되었나요?
 
29살 때 권오순 시인을 처음 만나 뵈었어요. 그때 저는 제천시 봉양면에 있는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박달재 넘어 평동리라는 곳에 권오순 시인이 살고 계셨어요. 신문에서 권오순 시인의 기사를 읽고 찾아뵈었어요. 그리고 제가 있던 문학회에 고문으로 모시고 오랫동안 함께 문학동인 활동을 했어요. 시인이 돌아가시고 난 후, 권오순 시인의 삶과 문학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동화를 썼어요. 시인의 삶과 문학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안 쓰면 잊혀지거나 잘못 알려질 테니까요.
권오순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셨는데요. 일본 교육하는 학교에는 가지 않고 독학으로 한글을 깨우쳤어요. 그리고 우리글을 아름답게 갈고 다듬어 쓰는 것이 항일운동이요 독립운동이라는 마음으로 시를 썼어요. 우리말의 구슬이라고 칭송받는 구슬비는 이런 배경을 갖고 태어난 작품이에요. 시인은 재속 수녀이기도 하셨는데요. 구슬비를 쓰고 지키기 위해 세상에 왔다 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이슬 같은 삶을 살다 가신 분이에요.
 
3. 어린이를 위해 동화 <구슬비 소녀>를 쓰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저를 말씀드리면 동시를 쓰는 시인이에요. 그동안 권오순 시인의 삶과 문학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평론과 수필을 썼어요. 모두 구너오순 시인의 동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그럼에도 자꾸 미흡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분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다가 동화를 쓴 거예요. 세월이 많이 지나서 지금이라도 내가 안 쓰면 들려줄 사람도 없을 거예요. 그럼 시인의 삶이 점차 잊혀지겠지요. 그분의 시와 삶이 잊혀지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권오순 시인의 삶을 살펴보면 우리 근대와 현대의 역사를 만나게 되어요. 일제가 식민지배했던 절망의 날들, 해방된 후 소련군 진주와 북한 공산당의 탄압, 그리고 월남, 6.25 동족상잔의 비극, 전쟁고아를 돌보던 보모 시절, 경제개발 시기의 가난한 서민의 삶, 일천 만 이산가족의 아픔 등 우리 근대와 현대의 역사를 모두 간접 체험하게 되어요. 시인은 소아마비를 앓아 불구가 된 몸으로 결혼도 하지 않고 제속 수녀로 살았어요. 그러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세와 평안을 위해 글을 쓰지 않았어요.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은 것이지요.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생각이나 사상을 주입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어요. 문인으로서 권오순 시인처럼 깨끗한 삶을 살다 가신 분이 별로 없어요.
 
 
4. 앞으로 꼭 쓰시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권오순 시인이 동시를 주로 썼지만 동요시도 많이 쓰셨어요. 우리글을 보석처럼 갈고 다듬는 마음으로 동시를 쓰셨는데요. 동요시도 애정을 갖고 많이 쓰셨어요. 동요시를 읽으면 리듬이 있어 금방이라도 곡을 붙여 부르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저도 생각하는데요. 동요는 아니더라도 리듬을 살려 즐겁게 낭송할 수 있는 긴 동시를 쓰고 싶어요. 예를 들면 전래동요인 나무 시같은 것이에요. 꼭 노래 부르지 않아도 재미있게 즐겁게 낭송할 수 있잖아요. 장담은 못하지만 노력해보아야지요.
 
5.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요. 혼자 시를 쓰다 보니까 내 수준도 알고 싶었고요. 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이 컸어요. 그렇지만 시를 잘 알지도 못했고요. 좋은 시 쓰는 방법도 몰라서 그저 혼자 책을 읽기만 했어요. 그래서 헤매기도 많이 했어요. 실패감에 젖어 절망했던 날도 많아요. 지금 와서 지나온 날을 돌아보니까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작가가 되려면 먼저 자신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겸손해야 되고요. 자만하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작가가 될 수 없어요. 작가 흉내만 내겠지요.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어 써야 해요. 쓰는 게 즐거워야 해요.
혼자 공부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어느 정도까지만 발전하고 멈추게 되지요. 여기에서 주저앉는 사람도 많지요. 이런 한계를 벗어나려면 같은 길 가는 친구와 선생님이 계셔야 해요. 경쟁자인 친구에게서 신선한 자극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요. 선생님으로부터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과 문인으로서의 바른 태도와 정신을 배워야 해요. 그 다음은 혼자 써야겠지요.
 
 
6. 훌륭한 글을 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 주세요.
 
글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이 세상을 향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 답을 진지하게 찾는 것이지요. 이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묻고 답해야 해요.
작고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어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과 따듯한 애정도 필요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에요.
 
7. 그동안 쓰신 작품들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동시 쓰는 시인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동시집을 중심으로 말씀드릴게요. 그동안 동시집을 9권 냈는데요. <들꽃 초등학교>, <봄으로 가는 버스>, <, 명량대첩!>,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 <자전거 타는 아이>, <민들레 씨가 하는 말> 이외에 3권이 더 있어요. 시집과 동시선집과 시그림책도 냈고요, 동화책도 몇 권 냈어요. 엮은 책까지 합하면 50권 정도 되어요. 이 중에서 마음이 가장 많이 가는 작품집은 동시집 <들꽃 초등학교>이어요. 부모의 사업 실패, 이혼, 사별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어 평범한 행복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들꽃처럼 살아가는 휴전선 근처의 학교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시로 쓴 동시집이에요. 가슴을 앓으며 썼어요. 그 당시에는 그 어린이들을 위로한다는 마음으로 썼는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위로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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