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의 정보를 담뿍 담은 재미있는 동시 그림책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어린이들. 게다가 야채라면 더더욱 질색하는 어린이들. 억지로 먹이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다. 야채를 먹어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거부감 없이 어린이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책은 어린이들과 야채가 친해질 수 있도록 만들려는 특별한 임무를 띤, 그야말로 제목처럼 <야채 특공대>이다.
야채를 가지고 동시를 짓고, 그 야채로 만들 수 있는 요리, 혹은 그 야채를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곁들여 소개했다. 또 감자전 같이 엄마가 조금 도와주면 어린이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법도 소개하여 어린이들이 야채를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시는 중견 동시 작가인 김이삭, 조소정 씨가 우리말의 놀이성과 흥겨움을 살려 정성껏 빚었다. 스무 편 모두 매우 문학성이 높은 시들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림들이다. 중견 서양화가인 우형순 씨가 야채에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표정과 동작을 넣어 그렸다. 모든 야채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것 같고, 야채를 꼭 먹어야 한다면서 와글와글 떠들어대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야채 그림 동시집 <야채 특공대>는 한 번 읽고 던져지는 책이 아니라 계속해서 읽히는 책이 되었다. 앞서 출간된 <과일 특공대>와 함께 오래도록 어린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동시 그림책이다.
토란잎이
초록 안테나를 세우고
빗소리를 듣다가
빗소리를 잎에 담습니다
토란도
땅속에서 빗소리를 듣습니다
-김이삭의 ‘초록 안테나’ 전문
“토란잎이 초록 안테나를 세우고 빗소리를 듣”고 있다. 안테나란 통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동그란 모양인 것도 있어, 토란잎을 그에 비유한 것은 매우 적절하면서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시에서 토란잎은 그 이상의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식물에게 비는 생명 그 자체이다. 비는 멀리 하늘로부터 온다. 토란잎은 땅속의 토란을 키워내기 위해 하늘을 향해 촉각을 세운다. 빗물을 자신의 몸에 가득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토란도 땅속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토란이 익기 위해서는 하늘과 지표, 땅속까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이처럼 온 우주가 하나가 될 때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토란을 어린이들이 먹게 되는 것이다. 이 시를 읽게 되면 경건한 이미지가 어린이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된다. 식물의 소중함을 잔소리가 아닌 깨달음으로 전해 주는 아름다운 시이다.
땅속에서 자란 우엉
혼자서 심심해 엉엉 울자
김밥이 손 내밀었다
김밥 속에 사는
시금치, 단무지, 계란, 당근과
사귀게 된 우엉
친구가 많아져서 울일 없겠다
-조소정의 ‘우엉’ 전문
땅속에서 열매를 익히는 식물들이 많다. 하지만 볼 수 없으니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땅속에서 자라는 우엉이 “혼자서 심심해 엉엉” 운다는 구절을 읽을 때 우리들은 처음으로 땅속 식물들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워도 꾹 참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튼실하게 자라 맛있는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서이다. 다 자란 우엉은 “시금치, 단무지, 계란, 당근과” 사귀어 맛있는 김밥 재료가 된다. 우엉은 아삭한 식감과 독특한 향이 있어 김밥 속에 넣으면 맛이 그만이다. 우엉이나 시금치 당근 같은 야채들을 따로 먹으라면 인상을 쓸지 모르지만 이것들을 예쁘게 썰어 넣고 김밥을 만들어 주면 어린이들은 침을 꼴깍 삼킬 것이다. 참 맛있는 동시이다.
차례
김이삭 시인 편
가지 몽둥이 | 가을 오 총사 | 고구마 | 깻잎 타고 | 당근 | 오이 | 애호박 |
죽순 | 초록 안테나 | 파프리카 |
조소정 시인 편
마늘 형제 | 젓가락은 고민 중 | 감자 가족회의 | 옥수수 | 우엉 | 양배추 |
양파 요리사 | 정답을 알 수 있다 | 생강 | 인기 많은 파
부록-야채 특공대원을 소개합니다!
시인의 말
작가 소개
시인 김이삭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2008년 경남신문과 기독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제9회 푸른문학상, 제13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제9회 서덕출문학상, 제3회 울산아동문학상, 제10회 울산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에 서울문화재단 지원금을, 2015년에 울산 창작지원금과 부산문화재단 창착지원금을 받았다. 동화집 『황금고래와의 인터뷰』 , 『거북선 찾기』 , 『꿈꾸는 유리병 초초』 , 『동시와 동화로 배우는 고사성어』 와 동시집 『과일 특공대』 , 『감기 마녀』 , 『고양이 통역사』 , 『바이킹 식당』 , 순우리말 동시집 『여우비 도둑비』 등을 펴냈다.
시인 조소정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2002년 아동문예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9년에 동화로 한국 안데르센상 은상을 수상했다. 2008년도에는 경상북도 문예 진흥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화집 『쿰바의 꿈』 , 『빼빼로데이』 , 동시집 『여섯 번째 손가락』 , 『중심 잡기』 , 『양말이 최고야』 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는 『크리스마스섬』 , 『우리 것이 딱 좋아』 , 『백두산 검은 여우』가 있다.
그림 우형순 (현대미술가, 서양화가)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열네 번의 개인전과 여섯 번의 아트페어 부스전을 열었다. 현재 미술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을 통해 삶의 완전함, 안전함, 지속감을 표현한 작가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림 권유진
199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하고 있으며,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