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곤충들과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다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자연 속에서 의식주의 모든 것을 해결했다. 자연은 깨끗한 모습 그대로였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요즘 한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것 역시 우리가 자연을 파괴한 결과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곤충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중견 시인 김이삭, 김경구, 조소정은 곤충들의 생태를 시로 쓰고 착한 마음을 덧붙여 오롯이 어린이들에게 선물한다.
나는야/ 지구 일등 청소부//
썩은 냄새가 나는 곳은/ 어디든 출동하지//
-<송장벌레> 전문
불이 나면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목숨을 걸고 불속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한다. 경찰도 사고가 발생하면 긴급 출동하여 사태를 진압한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데 송장벌레들도 출동한다. 썩은 냄새나는 사체를 깨끗이 치워 주는 게 그들이다. 송장벌레들이 청소해 주어 산이 깨끗해진다.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2연 4행의 간결한 시 속에 송장벌레의 생태를 재미있게 담아냈다. ‘출동’이라는 시어는 어린이들에게 한껏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누구네 잔치가 있나?/ 아침부터 쉬지 않고/ 쿵덕쿵덕/ 다 찧은 방아//
따다다닥/ 따르륵딱딱딱/ 날아올라/ 친구네 집 놀러 가네요//
-<방아깨비> 전문
방아깨비는 뒷다리를 잡고 있으면 마치 방아를 찧는 것 같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행동을 보여 이와 같은 이름을 얻었다. 게다가 주로 키가 작은 벼과 식물이 있는 초지에서 살아 예전부터 가을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으니 방아를 찧는 곤충이라는 별명이 더욱 어울린다. 시인은 “아침부터 쉬지 않고/ 쿵덕쿵덕” 방아를 찧는 방아깨비를 보면서 “누구네 잔치가 있나?” 하고 추측한다. 아니나 다를까 “따다다닥/ 따르륵딱딱딱/ 날아”오른다. 시인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가 보다’ 생각한다. 방아깨비의 생태적 특성을 잘 관찰하여 시를 쓰면서 의성어의 풍부한 재미를 어린이들에게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아울러 익은 곡식을 친구와 나눠먹는 모습을 담아 훈훈한 감동도 선물한다.
똥을 뭉쳐/ 동글동글 경단 만들자//
뒷다리로/ 영차영차 경단 굴리자//
땅속으로/ 데굴데굴 경단 숨기자//
애벌레들/ 따끈따끈 경단 잔치 해주자//
-<쇠똥구리> 전문
쇠똥구리는 소똥뿐 아니라 다양한 짐승의 똥을 공 모양으로 뭉친 다음,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로 굴려서 간다. 그러고는 적당한 곳에 파묻고 온종일 먹어댄다. 아마도 쇠똥구리 등의 똥풍뎅이류가 없다면 초원이나 숲은 똥 밭이 되고 말 것이다. 정말 고마운 곤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쇠똥구리를 보기 힘들다. 환경파괴로 거의 멸종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쇠똥구리들이 소똥 경단을 떼구루루 굴리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런 세상이 오면 사람도 더없이 행복해질 것이다.
숲 속의 죽은 동물의 시체나 낙엽 등을 먹어서 숲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곤충들. 다시 그들의 배설물은 숲의 식물들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곤충은 자연을 지키는 매우 소중한 존재들이다. 어린이들이 이 시집을 읽고 곤충들과 아주 친한 친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세상은 푸릇푸릇 더욱 살아날 것이다.
차례
김이삭 시인 편
파리 | 무당벌레 | 여치 | 호랑거미 | 귀뚜라미 | 물자라 | 소금쟁이 | 물방개 | 노린재 |
송장벌레
김경구 시인 편
장수풍뎅이 | 중베짱이 | 매미 | 메뚜기 | 방아깨비 | 깃동잠자리 | 사마귀 | 모기 |
벼룩 | 제왕나비
조소정 시인 편
나방 | 하루살이의 결심 | 쇠똥구리 | 부전나비 | 대벌레 | 개미 | 꽃등에 | 바퀴벌레 |
하늘소 | 밀잠자리
작가 소개
시인 김이삭
2008년 『경남신문』, 『기독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제9회 푸른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동시집으로 『바이킹 식당』, 『고양이 통역사』, 『여우비 도둑비』, 『과일 특공대』, 『감기 마녀』, 『우시산국 이바구』이 있으며, 동화집으로는 『꿈꾸는 유리병 초초』, 『거북선 찾기』, 『황금고래와의 인터뷰』가, 기획집으로는 『동시와 동화로 배우는 고사성어』 , 그림책으로는 『고양이 빌라』가 있어요.
시인 김경구
19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2009년 사이버 중랑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은 책으로는 시집 『우리 서로 헤어진 지금이 오히려 사랑일 거야』,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 하나』, 『바람으로 불어온 그대 향기 그리움에 날리고』가 있으며, 청소년시집으로는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이 있어요. 동시집으로 『꿀꺽! 바람 삼키기』, 『수염 숭숭, 공주병 우리 쌤』, 『앞니 인사』와 동화집 『방과후학교 구미호부』, 『와글와글 사과나무 이야기길』이 있어요.
시인 조소정
2002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9년에 동화로 한국 안데르센상 은상을 수상했어요. 지은 책으로 동화집 『쿰바의 꿈』 , 『빼빼로데이』가, 그림책으로 『수중 발레리나가 된 수달』이, 동시집으로는 『여섯 번째 손가락』, 『중심 잡기』, 『양말이 최고야』가 있어요. 또한 둘이 쓴 동시집 『야채 특공대』가, 셋이 쓴 동시집 『우리 것이 딱 좋아』가 있어요.
그림 윤진희
일찍이 자연이 좋아 식물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그림에 푹 빠져 지내고 있어요. 보태니컬 아트를 그리고 가르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첫발을 내디뎠었어요. 따뜻한 시선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메일: hiero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