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 없다
동규는 아빠가 해양 연구소의 연구원이어서 제주도의 양동 포구에서 산다. 눈만 뜨면 바다는 언제나 넘실대며 밀려오지만 한 번도 속을 내보인 적이 없다. 도무지 바다 속에 무엇이 잠겨 있는지, 수평선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빠를 따라 자주 해양 연구소에 드나들었다.
그런데 양동 마을에는 괴물 물고기의 전설이 뱃사람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죽은 척하고 있다가 물고기들이 다가가면 몽땅 삼킨다는 괴물 물고기의 정체를 해양 연구원들도 밝혀내지 못했다. 해양 연구소에서는 바다 속을 탐구하기 위해 물개들을 훈련시키고 등에 수중카메라를 짊어지게 해서 내려보내곤 했다. 동규는 혹 물개가 괴물 물고기의 정체를 밝혀낼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동규가 그토록 기대하던 탐구 활동을 떠나는 날이 되었다. 동규는 특별히 예비 연구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동생 동찬이는 형이 없는 동안 오히려 조랑말을 실컷 타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탐구선을 타고 태평양으로 나온 연구원들은 마침내 훈련된 물개들을 바다 속으로 보내고 모니터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개6이 괴물 물고기에게 먹히고 만 것이다. 비록 물개6이 희생되었지만 괴물 물고기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은 연구원들에게 큰 성과였다. 연구원들은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하며 물개들에게 수중 음파를 보내 탐구선으로 돌아오게 한다.
탐구선은 양동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육지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동찬이의 조랑말뿐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한꺼번에 허겁지겁 산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엄마와 동찬이가 조랑말을 잡으러 산중턱으로 뛰어 올라가는 사이 갑자기 바다에서 해일이 일어났고 탐구선도 순식간에 휩쓸려 동규와 연구원들은 정신을 잃고 만다.
그들이 살아났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탐구선은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혀 있어서 위치조차도 분간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거북이 나타나 용궁과 물고기들의 놀이터로 함께 가자며 앞장선다. 사람이 그것들을 지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주만 폭격 때 태평양에 가라앉은 군함과 전투기였다. 괴물 물고기의 정체가 확실히 밝혀진 것이다.
이 동화는 그저 바다 속을 꿈꾸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태평양을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함께 담겨 있다.
이 동화에서, 자연은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 약한 생물들의 터전으로 바꾸어 주고 있다. 우리들이 그토록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해 오던 용궁이 폭격에 맞아 침몰한 군함이라니……. 그리고 희생되었다고 가슴 아파한 물개는 괴물 물고기와 즐겁게 살고 있었다니. 자연의 이치란 이처럼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사람은 결코 자연을 거스를 수 없으며 자연을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 작가 소개 ★
글쓴이 이동렬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어요.
그동안 <사라진 숲 속 친구들>, <위대한 그림>, <새가 되어 날아간 할아버지> 등 다수의 동화책을 냈으며, 해강아동문학상(93), 불교아동문학상(94), 이주홍아동문학상(99), 소천아동문학상(09), 올해의 작가상(95) 등을 수상했어요.
현재 6학년 2학기 <읽기>교과서에 동화 ‘마지막 줄타기’가 수록되어 있고,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고 있어요.
그린이 박진아
지금까지 <1학년 1반 나눔 봉사단>, <어디로 갔지>, <아르키메데스>, <우리는 친구>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어요. 이 책의 그림을 그리는 내내 바다 한가운데 살고 있는 괴물물고기와 마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대요.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답니다.
★ 차례 ★
작가의 말
잡았다가 살려 준 바다거북
새로운 전설
용감한 물개 첩보원들
탐구선에서 받은 손전화
안개 바다 마술 세상
지금도 키가 크는 섬
바다거북의 용궁 안내
용궁에서 본 기록 영화
물고기 포탄
하늘을 날고 싶은 괴물 물고기
무사히 돌아온 탐구선
작품 들여다보기
용어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