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감성과 박식한 정보를 저절로 얻게 되는 융합 동시집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예술을 보완하여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려는 것이 융합 교육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문, 과학, 기술 각각의 세분된 학문들을 결합하고 통합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응용함으로써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연구 시행되었으며,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융합 교육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융합 교육 즉 통합 교육은 지식 중심의 학문적 성취 대신 아동의 내면적 의식 함양에 중점을 둔 것으로 조화로운 전인적 교육을 시행하기 위함이다. 박행신 작가는 3학년 1 · 2학기 과학 교과서 내용을 참고하여 동시를 짓고, 동시와 관련된 정보와 세상 이야기를 함께 곁들여 동시집을 펴냈다. 동시집 <아하! 그렇구나>는 동시라는 예술 장르와 과학, 그리고 잡다한 이야기들이 결합된 융합 동시집으로 어린이들은 동시를 읽으며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함께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은 이 동시집을 읽으며 예술과 실용학문을 조화롭게 습득하여 융합적 소양을 갖춘 인재로 자라날 수 있다.
동시와 과학 이야기는 서로 다른 장르로서 도저히 융합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 시집을 읽어 보면 과학 이야기가 곧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기에 마땅히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텃밭에서 자라는 갖가지 채소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벌레들을 모두 내 몸처럼 아끼는 할머니의 마음을 동시 속에 담았다고 말한다. 할머니에게 있어서 텃밭은 삶 자체이며 기쁨의 근원이므로 인생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은 과학 시간에 텃밭의 여러 생물들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작가는 이 요소들을 담아 시집 한 권으로 융합하였다. 자칫 주제 의식으로 흐르는 시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시들을 읽어 보면 그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진다. 중견 작가답게 놀라운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물어 가는 어둠 속
운동장가 구령대에
변신 로봇이 버려져 있다
왼팔과 오른팔이 부서졌고
그 고통이 무거운지 벌렁 누워 있다
오, 오늘 밤 혹성 어디선가
저 로봇의 친구가 찾아올 모양이다
한밤중 우리들 몰래 내려와서
상처를 치료해 주고
함께 데리고 갈 모양이다
벌써 별들이 유난히도 밝다
-고장 난 장난감 (기초 탐구 활동 중 예상 이야기)
버려진 로봇의 고통이 ‘저물어 가는 어둠 속’이라는 구절 때문에 더 아프게 전해온다. 화자는 ‘오늘 밤 혹성 어디선가’ 로봇의 친구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과학자도 연구를 할 때 반복된 예상을 통해 주제에 접근한다. ‘벌써 별들이 유난히도 밝다’는 그의 느낌 속에 반드시 로봇의 친구가 찾아와 치료해 주고 함께 떠날 것이라는 믿음이 들어 있다. 기초 탐구 활동 중 예상 이야기는 이처럼 아름답게 시로 승화되었다.
글씨를 쓰다가 문득
연필을 바라보았다
깊은 산속에서 아름드리로 자라다가
이제 내 손아귀에 다소곳이 얹혀 있다
책상 위에 굴리니
따르르르 소리가 났다
아직도 딱따구리 노래를 기억하나 보다
연필을 깎으니
향긋한 냄새가 났다
아직도 꽃들의 향기를 기억하나 보다
빈 공책 위해 연필을 대면
그 먼 숲 속 이야기들이
사락사락 풀려나올 것만 같다
-연필의 기억(과학 이야기 중 물질 이야기)
‘산속에서 아름드리로 자라다가’ 나무는 연필이 되었다. 산속에 있을 때 향긋한 냄새를 풍기던 나무에 딱따구리가 찾아와 쪼았을 것이다. 연필심인 흑연은 주요 광물이지만 시 속에서는 ‘그 먼 숲 속 이야기들’을 사락사락 풀어 주는 정겨운 친구가 된다. 과학 이야기 중 물질 이야기가 시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 이야기와 융합되었다.
‘고장 난 장난감’ 곁에는 ‘인형과 동생’이라는 동화가, ‘연필의 기억’ 곁에는 연필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와 한 자루 연필이 얼마큼 선을 그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상식이 함께 곁들어 있다. 이렇게 이 책에는 모두 60편의 시와 60가지의 정보 및 이야기들이 함께 들어 있다.
시집을 읽다 보면 시적 감성과 박식한 정보를 저절로 함께 얻게 된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으면 좋은, 완성도 높은 시집이다.
차례
기초 탐구 활동 이야기
<관찰 이야기> 아빠 손바닥
- 관찰에서 출발한 찍찍이
<측정 이야기> 키 재기
홍수가 이집트 문명을 일으켰다고요?
<분류 이야기> 끼리끼리
- 분류가 박사를 만든다고요?
<추리 이야기> 우항리 공룡 전시관에서
- 셜록 놀이를 해 볼까요?
<예상 이야기> 고장 난 장난감
- 인형과 동생
<의사소통 이야기> 눈짓
- 몰래몰래
과학 이야기
<물질 이야기> 연필의 기억
- 연필 한 자루로 얼마만큼의 선을 그을 수 있을까요?
<물질 이야기> 학용품들도
-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어디에 기록했을까요?
<물질 이야기> 그래서 그래서
- 미워 미워
<물질 이야기> 농구공 때문에
-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을 아시나요?
<물질 이야기> 화석에서 숨은 그림 찾기
- 사람들은 왜 화석에 관심이 많을까요?
<배추흰나비 이야기> 참 작은 친구
- 병아리 깨어나다
<배추흰나비 이야기> 참 잘 먹는다
- 애벌레는 어떻게 자기를 보호할까요?
<배추흰나비 이야기> 참 잘 잔다
- 누에 번데기를 먹어 보았나요?
<배추흰나비 이야기> 참 잘 난다
- 나비와 나방의 다른 점을 알고 있나요?
<개구리 이야기> 끼리끼리 꿈끼리
- 외눈으로 보는 세상
<개구리 이야기> 끼리끼리 모여서
- 이게 숙제래
<개구리 이야기> 은근슬쩍
- 은근슬쩍
<동물 이야기> 냉큼냉큼
- 뾰옹 알을 낳다
<동물 이야기> 눈만 껌벅거린다
- 절대로 소리하지 않는다
<동물 이야기> 개미들 어디로 갈까
- 개미에게도 언어가 있다
<동물 이야기> 할머니 집 거미
- 거미가 아침 청소를 해요
<동물 이야기> 달팽이와 할머니
- 달팽이 나들이
<동물 이야기> 가벼운 발걸음
- 아기 소금쟁이 날다
<동물 이야기> 꼭 잡고 있으렴
- 아빠, 힘내세요
<동물 이야기> 더 놀고 싶은가 봐
- 매미들아, 미안해!
<동물 이야기> 알았다는 듯
- 아기 나비의 소원
<동물 이야기> 빨리 달아나라고
- 아기 사마귀를 구해 주세요
<자석 이야기> 몰려들어요
- 아가들은 왜 옹알이를 할까요?
<자석 이야기> 에고, 에고
- 별명 때문에 친구와 싸우지는 않았나요?
<자석 이야기> 자석 낚시질
- 강태공은 왜 곧은 낚시 바늘을 즐겨 사용했을까요?
<자석 이야기> 어쩐다지
- 자석은 왜 철과 같은 물질만 좋아할까요?
<자석 이야기> 끌어안기
- 여러분은 몇 살 때부터 걷기 시작했나요?
<자석 이야기> 벤 손가락이
- 우리들은 왜 놀이를 좋아할까요?
<자석 이야기> 찰흙놀이
- 아기 게가 만든 집
<자석 이야기> 할머니의 꽃밭
- 아기 지렁이의 모험
<자석 이야기> 고 녀석 짓이다
- 어린 소나무
<자석 이야기> 달빛과 귀뚜라미
- 달과 귀뚜라미
<지구 이야기> 언제나 별이 있다
- 구름 이야기
<식물 이야기> 이름표를 달다
- 높은 나무 아래
<식물 이야기> 달팽이 의사
- 풀잎배가 혼자서
<식물 이야기> 달래 안으려고
- 연꽃 밭에 갔더니
<식물 이야기> 물을 주다가
-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식물 이야기> 대나무들이 누워 있다
- 할머니의 함박눈
<지표 이야기> 너무너무 오랜 꿈은
- 오, 고것 참!
<지표 이야기> 채석강에서
- 조개를 잡으면서
<지표 이야기> 윙크하는 물고기
- 어린 거북이 물속 간다
<물질 이야기> 고만큼 한 빗물
- 비 같은 눈 같은
<물질 이야기> 날아가라
- 없다 없어
<물질 이야기> 똑, 또도독 똑
- 정동진 해맞이
<물질 이야기> 한 방울의 눈물이
- 먼저
<물질 이야기> 풍선 아트
- 토이키노(Toykino) 박물관
<소리 이야기> 청룡열차가 두르륵
- 나는 어지럽다
<소리 이야기> 난타를 치다
- 엄마들의 노랫소리
<소리 이야기> 메아리는 메아리다
- 물방개의 왕
<소리 이야기> 자장가 때문에
- 가을 햇살이
<소리 이야기> 소리 무늬
- 이슬비가 내려서
<소리 이야기> 귀 막아라
- 싹둑싹둑
<소리 이야기> 실 전화기
- 참 멀다
<소리 이야기> 간이 악기 놀이
- 서울 소리
작가 소개
지은이 박행신
‘8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과 ‘90년 아동문예 동시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내가 먼저 볼 거야>, <출렁이는 지구>, <박행신 동시선집>, 과학 동시집 <마음>, 3인 동시집 <이 웃음 어떠니> 등이 있다. 눈높이 아동문학, 한국예총 문학 부분 공로상, 전라남도 문화상(문학 부분) 등을 수상하였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 동시문학회, 눈높이 아동문학회, 광양문인협회, 시·울림 문학동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이 신경순
대구에서 출생했으며, 대학에서 서양화를,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그동안 ‘신경순 동화 일러스트전’ 등 개인전을 3회 열었으며 <화성에 배추 심으러 간다>, <사탕, 과자 쉬어버리면 어쩌죠>, <용철이와 해바라기 세상 바꾸기> 등 다수의 동시, 동화집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