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망측한 괴물들의 매력 속으로 들어간 한 어린이의 이야기
수기의 고양이 냥이가 갑자기 나타난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수기는 가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고양이를 찾으러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문을 지키고 있는 게 괴물이었다. 수기는 괴물이 조는 틈을 타 얼른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괴물들이 득실거린다. 괴물들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온 것이다,
괴물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환상 속의 존재들이다. 대체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외로운 존재들이기도 하나, 어린이들은 괴물 이야기를 좋아한다. 왜 그럴까? 당연히 호기심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끝없이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고 싶어 한다. 구멍 속의 세계는 어린이들의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환상 속의 세계이다.
괴물들이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들이나, 수기는 한 번도 놀라는 법이 없다. 혹시 냥이를 보았냐고 질문하고, 친절한 그들의 대답을 듣고는 위층으로 이동한다. 만일 어른이 이곳에 들어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마도 아파트를 빼앗으려고 싸우지 않을까요?”
하지만 수기는 괴물들이 하는 이야기에서 냥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층마다 새로운 괴물들을 만나 사귀는 일은 수기에게 참 신나는 일이다. 냥이 못지않게 수기의 가슴도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수기는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괴물들의 생활을 보기도 하지만 놀이공원이 있는 층, 과일나무와 꽃이 우거진 층에서는 부러움을 느낀다. 수기가 바라는 세상이 괴물 아파트에 있다니! 그것은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흉측한 괴물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냥이는 옥상에서 괴물들과 행복하게 놀고 있다. 냥이를 만나 수기도 행복하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호기심이 많아 엉뚱한 짓을 저지른다 해도 아이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언제나 아이들을 기다려 주어야 한다.
수기가 1층까지 내려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을 보면 괴물 아파트가 꽤나 맘에 드는가 보다. 하지만 구멍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시는 괴물 아파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작가 소개
글‧그림 백명식
강화에서 태어나 서양화를 전공했다. 어린이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들고 있다. 소년한국일보 일러스트상, 출판부문 기획상, 중앙광고대상을 받았다. 작품집으로 〈학교〉 시리즈(전 40권), 〈인체 과학 그림책〉시리즈(전 5권), 〈안녕? 한국사〉시리즈(전 6권), 〈맛있는 밥상〉시리즈(전 7권), 〈냄새나는 책〉시리즈(전 5권), 〈미생물 투성이 책〉시리즈(전 4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