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아파트 화단, 공원 음식점 주변……. 길이라 부르는 그곳에서 심심치 않게 우리는 길고양이들과 마주한다. 어떤 사람은 관심 없이 지나치고, 어떤 사람은 싫다고 외면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 한 끼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며 밥을 준다.
왜 길고양이를 누구는 싫어하고 누구는 좋아하는가?
먼저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길고양이 배설물이 냄새를 풍기고 병균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왕할머니가 끔찍이 싫어하는 것이 고양이의 똥이었다. 두 번째는 길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재신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들은 때때로 비밀하우스를 찢기도 하고 가금류를 해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길고양이가 조류나 설치류 등을 사냥하는 바람에 그 개체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은 캣맘과 끝임 없이 갈등한다.
고양이는 인간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으며 엄연한 생태계의 일원이다. 이 작품은 그와 같은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우주의 어떤 별로부터 여행을 온 자들이라고 말한다.
아기 고양이는 시리우스 성좌에서 지구별로 올 때 어림잡아 여행 주기를 십오 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던 파란별은 막상 도착해 보니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첫 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 우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 나비는 보아 이모라는 사람을 만나 보호받지만, 황금색 눈동자는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못한다. 고양이 세계의 법칙에 따라 여왕도 되고 새끼도 낳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땅 한 뙈기도 나눠 주지 않을뿐더러 번식하지 못하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필요하면 안락사를 시켜 버린다. 고양이들은 도저히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갈 수가 없다. 나비는 사 년 전 이곳으로 온 날로부터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나비는 또 다른 미지의 별로 가기 위해 지구별 여행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떠돌이 개를 불러 죽음을 맞는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반려라는 말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모든 생명은 지구별로 처음 생명 여행을 와서 모두가 서툴기만 하다. 이 작품은 길고양이도 인간과 똑같은 아픔과 슬픔을 느끼므로, 지구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공생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길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고급 사료도, 안락한 침대도 아니다. 마음이 담긴 한 끼 밥이며, 자기를 찾아오는 발자국 소리이며 소통의 눈 맞춤이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존재감을 내비치는 길고양이. 싫든 좋든 우리는 길고양이와 공생하며 살아야 한다. 모든 생명은 귀하다.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하루빨리 찾는 것이 선진 문화 국민으로서의 도리이자 의무를 다하는 일이다.
★ 차례 ★
1. 만남
2. 영토분쟁
3. 여왕이 되다
4. 첫 출산
5. 정화조 뚜껑 안에서의 행복
6. 이상한 사람들
7. 강촌동물분양소
8. 시련
9. 우리가족동물병원
10. 재회
11. 내 이름은 강산이
12. 보고 싶을 고양
★ 작가 소개 ★
지은이 엄계옥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2011년 『유심』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가 있으며, 현재 울산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o07@hanmail.net
그린이 우형순
미술인문학을 강의하면서 동국대 미술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life and history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woohs12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