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본래 모습을 찾아낸 아이들의 이야기
시간을 분초 단위로 조각내어 열심히 사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어린이들의 하루하루 생활도 만만하지가 않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과외니 학원이니 하며 이리저리 떠밀리는 아이들. 그저 바쁜 시간에 쫓기며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생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성공하면 무조건 인생이 행복할까?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올바른 것일까?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시간의 본래 모습을 올바로 알려 주는 판타지 동화이다. 초등학생인 재미, 윤상이, 기라가 고물상 창고에 들어갔다가 들키는 바람에 30년 전에 고장 난 커다란 뻐꾸기시계에 몸을 감추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뻐꾸기시계가 서 버리는 바람에 죽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살아가는 거미는 죽음도 아름다운 행복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세 아이에게 뻐꾸기시계가 처음 만들어졌던 독일 쇼나흐라는 마을에 가 뻐꾸기를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어찌 두렵지 않을까? 뻐꾸기시계 안에 들어오는 바람에 아이들의 시간은 멈춰 버렸고, 밖으로 나가는 문도 사라져 버려 세 아이는 거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뻐꾸기를 찾으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그래도 다행히 거미와, 시계의 초침 분침 시침을 닮은 꼰따르바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꼰따르바들은 사람들이 버린 시간을 먹고 그 대가로 쉴 수 있게 노래를 불러 준단다. 쉬고 싶거나, 엎드려 자고 싶다면, 그때 꼰따르바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란다. 꼰따르바들이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사람들은 쉴 생각을 못해 몸도 망가지게 된다. 적당하게 휴식을 취하고 놀기도 해야 사람도 꼰따르바들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탐내다 그만 시간 산적의 소굴로 떨어져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시간 산적들은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고물 시계들이었는데, 어떻게 해서라고 시간을 얻어 다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시간 산적들만 나쁘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모든 물건에 수명이 있다는 걸 처음 알고, 그동안 시간을 낭비한 했던 것을 후회한다.
이 책은 시간을 아껴 쓰라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고 자신만의 삶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고 시간에 얽매이지도 않으면서 즐겁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낸 것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므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시간이 무조건 흐르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철학적인 사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으니 작가의 글 솜씨 또한 매우 탁월하다.
차례
작가의 말
1. 철가방 나가신다
2. 띠띠카포 치치카포
3. 시간 산적들
4. 시계가 없는 하얀 밤 마을
5. 뻐꾸기 날개
6. 세 개의 철가방
이 책을 읽고
작가 소개
글쓴이 도희주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으며, 부산문예대학에서 공부했다. 2007년 아동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고,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그동안 동화집 <퀵보드 탄 달팽이>, <굿샷! 쭈글이>를 출간하였다. 경남문인협회, 경남아동문학회, 창원문인협회,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이며, 경남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그린이 임미란
맘에 드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구 설레어 장바구니에 얼른 담아 구매하는 게 취미이다. 자유로운 그림, 재미난 그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