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마음을 익살스럽게 담아낸 재미있는 동시들
동시는 어린이들에게 주는 시인만큼 소중한 정신적 가치와 함께 예술로서의 미적 성취를 함께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대낮에 별 보기, 막무가내 합주, 오늘만 져 준다, 수상한 시계 등 총 4부로 이루어진 김진숙 시인의 동시 50편에는 그와 같은 요소들이 담뿍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학교 다니느라 허둥지둥 힘든 그 마음, 어른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나 혹은 섭섭한 마음, 끝없이 장난기가 발동해 참을 수 없는 마음 등등 어린이들의 꾸밈없는 마음이 익살스럽게 때론 뭉클하게 표현되어 있다.
-얼른 일어나!
마침내 왜장을 치려는 찰나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엄마
-얼른 일어나라니까!
-5분만 더,
왜장을 무찔러야 한다니까
-학교 가면서 무찔러
우리 엄마 때문에
왜장, 목숨 건졌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 전문
읽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시이다. 꿈을 꾸고 일어난 아이는 여전히 꿈속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린이들의 꿈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그들의 무의식 속에는 낮에 읽었던 만화책의 한 장면이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역사 시간에 배웠던 전쟁 이야기가 상상력을 더해 펼쳐지기도 하고…. 여하튼 그들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마침내 왜장을 치려는 그 소중한 찰나,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엄마. 그만 깨 버린 것이 너무 아쉬워, “5분만 더”하면서 꿈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왜장을 무찔러야 하는데, 그래서 영웅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엄마 때문에 왜장이 목숨 건졌다는 마지막 연은 단연 백미다. 익살스러운 개구쟁이들의 말장난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김진숙 시인은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들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즐긴다. 그러기에 어린이들은 게임보다 즐겁게 이 동시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집은 2019년 부산광역시, 부산 문화재단 지역문화 예술 특성화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출간되었다.
차례
제1부 대낮에 별 보기
오! 땅콩 | 어영부영 | 목감기 든 김에 | 사고뭉치 | 물을 먹다가 | 잔소리 대신 | 휘파람 | 말문 | 고릴라 | 내 별명 | 글자 쓰기 | 이런 날도 있네 | 대낮에 별 보기
제2부 막무가내 합주
숨바꼭질 | 방귀 한 방 | 우리 반 | 수아가 걸으면 | 승환이 결석한 날 | 쥐 잡기 | 반장 | 막무가내 합주 | 말벌 | 수민이 | 감나무 게시판 | 우리 반 외계인 | 우리 학교 개그맨
제3부 오늘만 져 준다
웅덩이의 복수 | 대장의 대장 | 쿨팩을 녹인 핫팩 | 사실은 말이야 | 오늘만 져 준다 | 손바닥 놀이터 | 인사의 힘 | 고양이 승 | 갯벌체험 갔다가 |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 | 이나 대 밖에 | 태풍 온 날
제4부 수상한 시계
내 입술 | 엉덩방아 | 먹물 떨어진 자리 | 내 우산은 폭탄도 막을 수 있다 | 새가 된 내 동생 | 서방 예의지국에서 온 아저씨 | 봄바람 | 벚꽃잎 | 시험지 받은 날 | 202호 아줌마 | 노란 우산 | 수상한 시계
작가 소개
지은이 김진숙
경남 고성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2012년 창주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2018년 고성 설화를 바탕으로 쓴 동화 두 편이 ‘구쁘다 이야기 열 조각’(공저)에 실렸습니다. 2019년 부산 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되어 첫 동시집을 냅니다. 현재 초·중등 학생들에게 글쓰기와 논술을 지도하며 동시와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이메일: ektha2949@hanmail.net
그림 김혜영
섬진강이 보이는 산골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만들어주다 동화에 푹 빠졌습니다. 지금은 글을 쓰고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작고 평범한 것들이 특별해져 아이처럼 즐거워집니다. 그래서 이 일이 참 좋습니다.
이메일: hiday12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