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상상을 담은 익살스러운 이야기
최근 인문, 과학, 기술 각각의 세분된 학문들을 결합하고 통합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응용함으로써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연구 시행되었으며,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융합 교육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융합 교육 즉 통합 교육은 지식 중심의 학문적 성취 대신 아동의 내면적 의식 함양에 중점을 둔 것으로 조화로운 전인적 교육을 시행하기 위함이다.
김경구 시인은 삼일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인 우리나라 4대 국경일과 식목일(4월 5일), 국군의 날(10월 1일) 등 국가에서 정한 기념일을 소재로 하여 52편의 동시를 이 책에 담고 있다. 즉 융합 교육을 위한 시집을 선보이려는 것이다. 이는 시적 다양성의 차원에서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소재주의에 입각해 작품을 쓸 경우 동시의 본질이 변질될 수 있는 점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시는 기표보다 기의에 있는 언어 형식이다. 그러므로 동시작가는 기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 자연스럽게 기표는 물러나면서 작가의 의도가 감동과 여운으로 남게 된다. 김경구 시인은 이 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그의 동시에서 엿보인다.
만으로 스무 살인 우리 영우 형
오늘따라
양치질도 오래오래
머리 감기도 오래오래
옷 입는 것도 오래오래
아침 일찍 꽃집에 들러 사온
장미 스무 송이
포장이 엄청 화려한 향수 들고나간다
내 귀에 대고
선물 하나는
“키스 선물이야.”
속삭인다
엄마 생일 땐 고작 장미꽃 한 송이더니
형이 나간 방은 완전 전쟁터
만 스무 살인 형과 형 여친
모두 똑같은 선물을
주고받는 건가?
그럼 뽀뽀도 두 번 하는 건가?
학교에서 나 혼자 몰래
좋아하는 자인이 얼굴 보자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춘기 나> 전문
서정시의 본질은 언어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정서’를 시의 소재로 삼곤 한다. ‘정서’는 대체로 추상적이거나 우연한 그 무엇이 아니라 시인이 현실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에 기념하는 ‘성년의 날’을 위해 쓴 위의 동시는 전혀 경직됨 없이 재미있게 읽힌다.
성년의 날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느라 들떠 있는 형의 행동을 함축적 이야기로 들려주는 이 이야기에서 이미지는 이야기적 요소를 지닌 만큼 배경으로서의 부차적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나 혼자 몰래/ 좋아하는 자인이 얼굴 보자/ 얼굴이 화끈거린다.”라는 화자의 진술은 감정이 투영되어 있음에도 행위의 진술로써 객관성을 확보한다. 이는 어른의 언어 즉 이성을 앞세운 언어 질서가 아닌 자유로운 상상력, 특히 동심의 상상을 담은 언어로 ‘어린이 되기’의 시각적 상징으로 읽을 수 있다.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어려운 주제를 소화한 김경구 시인의 동시집, <오늘은 무슨 날?>은 정보와 동시 읽는 맛을 함께 줄 수 있는 융합 동시집으로 어린이들이 꼭 읽어야 할 작품집이다.
차례
시인의 말
첫 첫 첫-신정 (1월 1일)
보는 날, 먹는 날, 듣는 날-설날 (음력 1월 1일)
칭찬받을 만한 걱정-정월 대보름 (음력 1월 15일)
뜨거운 힘-삼일절 (3월 1일)
세금의 선물-납세자의 날 (3월 3일)
봄꽃 같은 설렘-삼짇날 (음력 3월 3일)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암 예방의 날 (3월 21일)
한 방울 물의 힘-세계 물의 날 (3월 22일)
소나기-기상의 날 (3월 23일)
반갑지 않은 손님-식목일 (4월 5일)
제일 중요한 것-보건의 날 (4월 7일)
잠 안 자는 연꽃-부처님 오신 날 (음력 4월 8일)
눈을 감아보세요-장애인의 날 (4월 20일)
큰일 났다, 교장선생님은-과학의 날 (4월 21일)
소식 전하기-정보 통신의 날 (4월 22일)
참 좋은 색과 소리-자전거의 날 (4월 22일)
늘 바쁜 아빠-근로자의 날 (5월 1일)
내가 주인공-어린이날 (5월 5일)
상상-단오 (음력 5월 5일)
개미 아빠와 토끼 엄마-어버이날 (5월 8일)
다 마른 눈물샘-입양의 날 (5월 11일)
전교생의 만들기-스승의 날 (5월 15일)
스왜 아저씨-세계인의 날 (5월 20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분-부부의 날 (5월 21일)
사춘기 나-성년의 날 (5월 셋째 월요일)
수평-바다의 날 (5월 31일)
미래의 북극곰 이야기-환경의 날 ( 6월 5일)
1분 만이라도 꼭-현충일 (6월 6일)
추운 할머니-6월 25일 (6·25 사변일)
기~~~~~~~차~~~~~~-철도의 날 (6월 28일)
어떡해-칠석 (음력 7월 7일)
아쉬운 도깨비방망이-제헌절 (7월 17일)
형의 안타까운 독립-광복절 (8월 15일)
더도 덜도 말고 나에게도 딱 좋은 날-추석 (음력 8월 15일)
하얀 새처럼 훨훨-태권도의 날 (9월 4일)
다시 태어나기-자원 순환의 날 (9월 6일)
행복한 이어달리기-사회 복지의 날 (9월 7일)
가을 그리기-중양절 (음력 9월 9일)
짠 점수-치매극복의 날 (9월 21일)
정말 멋진 사나이-국군의 날 (10월 1일)
배우기 딱 좋은 나이-노인의 날 (10월 2일)
의심스러운 엄마-개천절 (10월 3일)
봄맞이 대청소-한글날 (10월 9일)
좋은 말 빙글빙글-임산부의 날 (10월 10일)
기대하시라-체육의 날 (10월 15일)
문화야, 놀자-문화의 날 (10월 셋째 토요일)
엄마가 돌아가신 1년 후-저축의 날 (10월 마지막 화요일)
우리 아빠는 소방관-소방의 날 (11월 9일)
할아버지 덕분이에요-농업인의 날 (11월 11일)
아르바이트-소비자의 날 (12월 3일)
달콤한 사과 향 나는 골목길-자원봉사자의 날 (12월 5일)
커지는 양-성탄절 (크리스마스) (12월 25일)
부록
작가 소개
지은이 김경구
사과 향 폴폴 나는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어요. 아파트에 살다 지금은 뽕나무와 감나무가 있는 작은 동네 골목집에서 살고 있어요. 덕분에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고요. 창문을 열면 엽서만 한 감잎과 손끝에 노을빛 감이 닿기도 하고요.
19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2009년 사이버중랑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라디오 구성 작가, 동요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신문에 글도 연재하고요.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꿀꺽! 바람 삼키기>, <수염 숭숭, 공주병 우리 쌤>, <앞니 인사>, <사과껍질처럼 길게 길게>, 동화집 <방과후학교 구미호부>, <와글와글 사과나무 이야기길>, <떡 귀신 우리 할머니>, 청소년 시집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 시집 <우리 서로 헤어진 지금이 오히려 사랑일 거야>, <눈 크게 뜨고 나를 봐 내 안의 네가 보이나>,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 하나>,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바람으로 불어온 그대 향기 그리움에 날리고> 등이 있어요.
이메일 : gu7782@hanmail.net
그린이 이효선
노력의 가치와 깊이를 더해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꿈꾸며 살고 있어요.
그동안 <당신의 식사는 안녕하십니까>, <풋풋한 우리들의 시간들>, <고양이 빌라>, <바퀴벌레 등딱지>, <맛있는 동의보감>, <반찬 하는 이야기>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