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보고 먹어보고 따라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씨앗 정보 그림책
시멘트 사이를 뚫고 나오는 민들레, 담벼락 밑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풀들을 볼 때면 어디서 씨앗이 날아와 이렇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때론 동물들의 먹이가 된 뒤 배설물로 나와 땅속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 비를 맞고 햇빛을 받으며 자라나는 그 모양이 아기들이 자라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예쁘다.
그런데 생명을 품고 있는 씨앗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쉽게 해소해줄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이 책《씨! 씨! 씨!》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죽 읽어나가도 되지만 오히려 주인공 버디를 따라 씨앗 놀이를 해볼 수 있는 안내서로 활용해도 좋다. 주인공 버디의 씨앗 놀이를 지켜보다 보면 저절로 갖가지 씨앗을 구경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버디를 따라 각종 씨앗을 모으고 수집판에 붙이고 또 씨앗을 이용해 근사한 장식품까지 만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또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씨앗을 그림이 아닌, 실물로 싣고 있어서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과 배경을 모두 종이로 오려 붙여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주인공 버디와 엄마의 눈을 씨앗처럼 보이게 만든 것에서도 작가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책에서처럼 아이에게 반으로 자른 플라스틱 병에 흙을 담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서 싹이 트길 기다려보게 하자. 굳이 관찰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아이는 분명히 씨앗 한 알의 소중함을 알고 발길에 채이는 잡초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다섯 개의 주머니 속에 담긴 씨앗의 비밀
이 책은 주인공 버디가 할아버지로부터 소포 상자를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자 안에는 다섯 개의 예쁜 주머니가 들어 있는데 하루에 주머니 하나를 고르고, 주머니 속에 든 할아버지의 깜짝 선물을 열어보면서 버디가 씨앗에 대해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주머니 속에는 <다른 것도 있고 같은 것도 있어. 몇 개인지 세어 보고, 같은 것끼리 모아보고, 이름을 찾아 붙여 봐.>와 같은 할아버지가 쓴 카드도 들어 있는데 문구만 본다면 수수께끼같아서 호기심을 유발한다. 첫날 열어본 보라색 주머니에는 접착제, 사인펜, 판지, 조그만 흰 주머니가 들어 있다. 이것이 이를테면 씨앗 놀이하는 데 준비물인 셈이다.
버디는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을 세어보기도 하고 같은 것끼리 모아보고, 씨앗 수집판에 하나하나 붙여나간다. 그러면서 씨앗이 모양과 색깔과 크기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버디의 궁금증에 대한 엄마의 답은 곧 씨앗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를테면 “큰 씨앗에서는 큰 식물이 나와요?”라든지, “씨앗을 먹으면 뱃속에서 큰 식물로 자라나요?” 같이 아이들이라면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이다. 어렸을 때 참외를 씨 채로 먹다가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몸 속에서 참외 씨가 참외로 자라는 건 아닐까?’ ‘사과 씨를 삼키면 몸 속에서 사과나무로 자라나 내 몸을 뚫고 나오지 않을까?’ 같이 조금 엉뚱한 상상들 말이다. 엄마는 친절하게 씨앗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이제 버디의 씨앗 수집판에는 옥수수, 완두콩, 무, 호박, 수박, 사과, 배, 해바라기 씨, 멜론, 여러 가지 콩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버디는 할아버지의 제안대로 플라스틱 병에다 풀씨를 심고 싹이 트길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을 마분지에다 여러 가지 씨앗을 붙인 액자 틀에 끼워서 멋진 액자를 완성한다. 버디는 그 액자를 할아버지께 선물로 보내드리며 버디의 재미있는 씨앗놀이는 끝이 난다. 이번 여름방학엔 버디의 할아버지처럼 씨앗 놀이를 할 수 있는 준비물들을 아이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분명히 좋은 깜짝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 글, 그림 낸시 엘리자베스 월리스
월리스는 이 책 《씨! 씨! 씨!》에서 씨앗과 종이 오린 것, 가위, 접착제를 이용해 입체적인 미술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사과, 사과, 사과》《잎! 잎! 잎!》《날마다 재활용하자!》같은 수많은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답니다.
● 옮긴이 이주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옮긴 책으로는 《뗏목을 타고》《나무나라 여행》《나만의 정원》《대단한 과학-실험해보세요》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