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
시골에서 자라면서 벼가 싹이 터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아이라면 쌀 한 톨의 소중함을 안다. 가을이면 다람쥐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토리를 저장하는 모습을 여러 해에 걸쳐 본 아이라면 다람쥐를 위해 도토리를 남겨둬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여러 생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자란 아이는 적절히 자연을 이용하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가 도시 속에서 사는 현실 속에서 아이가 이런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기는 힘들다. 그래서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자연은 보호하고 아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머리로만 아는 아이가 막상 신기한 자연 앞에 섰을 때 제대로 된 자연보호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점을 염려하여 무조건적인 자연보호는 오히려 생태계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로 풀어낸 기획물이다.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겨울철에 굶주리는 야생동물을 위해 먹이를 주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겨울철 먹이주기 행사로 인해 동물이 사람에게 의존하게 됨으로써 스스로 먹이를 구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동물을 도와주려고 한 일이 오히려 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 동화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을 등장시켜 동물이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의존해가는 모습을 쉽게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자연보호에 힘써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숲 속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동화는 ‘야생동물은 야생동물답게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한다.’는 자연의 순리에 충실하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갓 태어난 산비둘기. 신기한 숲 속 세상을 구경하며 여러 동물들을 만나 적응해 가던 산비둘기는 겨울이 다가오자, 왕박산 동물들의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숲 속의 왕인 멧돼지할아버지는 겨울을 대비해 먹이 준비를 철저하게 하라고 한다. 하지만 겨울철 먹이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동물들과 편하게 사람들이 뿌려주는 먹이를 받아먹겠다는 동물들이 나뉘고 회의는 화해를 하지 못한 채 끝난다. 멧돼지할아버지와 달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몇몇 동물들은 겨울이 다가와도 먹이 준비를 하지 않는데…….
어느 해 겨울, 먹이를 뿌려주던 사람들이 더 이상 왕박산을 찾지 않고, 사람만 믿고 먹이 준비를 해놓지 않은 동물들은 혼란에 빠진다. 결국 멧돼지와 노루, 고라니 들은 사람들이 갔다는 다른 산으로 먹이를 먹으러 떠나고, 닭장으로 향하던 새들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겨울철에 굶주린 동물들을 위해 산에 먹이를 뿌려놓는 것은 분명 동물들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들이 매번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면서 어떤 혼란을 겪게 될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 이 동화는 스스로 먹이를 구하던 동물들이 사람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지며 혼란을 겪는 모습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동화를 통해 동물의 입장을 헤아려 보고, ‘나라면 어땠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인간은 굶주렸을 동물을 걱정해 먹이를 놓아주었을 뿐이지만, 동물들은 식성이 바뀌고 혼자 살아갈 능력을 잃어버렸다. 자연보호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많은 일들도 결국엔 자연(自然)에 인위적인 것을 가하는 것이므로,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본 후에 실천하는 자연보호야말로 자연을 살리는 것이라는 것,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이다.
동화가 던져주는 의문의 답은 아이가 찾도록
동화를 읽은 아이는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무조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이를 도와 스스로 답을 내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메시지만 이해하고 넘어가기보다는 책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하거나 좋은 방안을 찾아서 글을 써보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동화이지만 해결책에 대한 언급은 없다. 때문에 동물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 주는 것이 옳은지, 현재 사람의 먹이에 길들여져 죽어가는 야생동물들이 많은지 등 아이가 사고를 확장시켜 이 문제에 관해 입장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가족끼리 ‘진정한 자연보호란 무엇인가’에 대해 신랄한 토론을 벌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 소개
글쓴이_이동렬
1950년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서 태어났다. 인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세종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지금은 장안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씨․씨․씨를 뿌려요』『개똥참외를 찾는 아이들』『외눈박이 덕구』『달님을 사랑한 굴뚝새』 들이 있다.
그린이_백정석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2년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아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그린 책으로는 『돌아오지 않는 개』『동물들이 울고 있어요』『제이콥스가 들려주는 영국 옛이야기』『진짜진짜 무서운 세계 전래동화』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