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니다
우리는 스트레스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나,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주고 싶을 때 숲을 찾곤 한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초록 잎이 살랑거리고 향긋한 나무 냄새가 피어오르는 숲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숲 속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다.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화려한 꽃들이 피며, 이름 모를 곤충들이 숨어있다. 신기한 숲의 모습을 살펴보는 데는 언제나 시간이 모자란다. 이렇게 숲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우리는 숲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왔고, 또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숲이 만들어지고 그 자리를 지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음을 안다면, 우리는 좀 더 숲을 관심 있게 바라볼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숲에 얽힌 여섯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아름다운 숲을 볼 수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숲은 비를 맞고 따듯한 햇빛을 받아 저절로 자라난 것 같지만, 울창한 숲 뒤에는 씨앗을 심고 나무를 가꾸고 숲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으며 슬픔과 그리움을 달래고, 숲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숲을 지켜낸 사람들의 옛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숲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 있지 않을까?
숲의 이야기 창고를 열어라!
산이 많은 나라에 사는 덕에 우리에게 숲은 언제나 가까운 존재였다. 옛날 사람들은 숲에서 뛰어놀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봄에는 나물을 캐러, 겨울에는 땔감을 하러 숲을 찾았다. 숲을 찾는 것이 일상이니 그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이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산길에서 처녀귀신 만난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며, 호랑이를 만나 무서움에 벌벌 떨어놓고는 마치 자기가 호랑이를 쫓아낸 양 허풍을 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숲에 얽힌 크고 작은 이야기는 옆집 아저씨의 허풍과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을 통해, 이웃마을 수다쟁이 아줌마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살을 붙이며 전해 왔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들 중에서 숲을 아끼고 사랑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잘 우러나는 이야기들 여섯 가지를 엮었다. 여섯 가지 숲들은 각각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가을이면 알찬 열매를 맺어내는 말티고개의 대추나무 숲엔 자식이 없어 대추나무를 애지중지 키우던 노부부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고,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엔 아들과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동백나무 숲을 이뤄낸 할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인도 공주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경운 스님에게 준 씨앗은 불갑사 뒤편에 늠름하게 자리 잡은 참식나무 숲이 되었고,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너도밤나무 숲엔 너도밤나무의 활약으로 울릉도를 지킬 수 있었던 부부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마지막으로 안정사의 소나무 숲과 물건리 방조림에 얽힌 이야기는 숲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줌으로써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이야기 속에 생태정보도 함께
나무 이름, 풀 이름 하나 아는 것도 요즘 아이들에겐 공부이다.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으니 이 나무가 언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지, 나무가 번식을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이들은 외워야 한다. 자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교육을 시키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지만, 이것 역시 아이들에겐 하기 싫은 공부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숲의 생태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이 책은 숲의 생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엮은 것이 아니다. 단지 이야기 속에 나무가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나오거나 나무에 대한 정보가 녹아들어 있어서 아이가 참식나무 열매가 무슨 색인지, 대추나무도 꽃을 피우는지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무의 전체 그림과 꽃이나 열매, 나뭇잎을 그려 넣어 아이가 나무의 생김새를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숲은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이 네 곳(마량리 동백나무 숲, 울릉도 너도밤나무 숲, 물건리 방조림, 불갑사 참식나무 숲)이나 된다. 기회가 될 때 찾아가서 이야기 속의 숲을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저자 소개
◎ 글쓴이_김숙분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6년 ‘아동문학평론’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아 문단에 나왔고, 1995년 제 14회 새벗문학상을 받았다. 1996년에는 국민일보 신앙시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1999년에 세종아동문학상을 받은 『산의 향기』와 2002년 은하수동시문학상 대상을 받은 『해님의 마침표』가 있다. 2005년에는 『숲으로 간 고양이』라는 동화를 펴내기도 했다.
◎ 그린이_정보영
1974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러스트 하우스’에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람으로는 어머니, 조항리 선생님, 최준식 선생님, 한태희 선생님이 있다.
목차
꾸물꾸물 말티고개에 쏟아진 대추-말티고개의 대추나무 숲
동백나무야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렴-마량리의 동백나무 숲
사랑을 안고 온 참식나무-불갑사의 참식나무 숲
백 번째 밤나무, 너도밤나무-울릉도의 너도밤나무 숲
소나무를 베지 마세요-안정사의 소나무 숲
마을을 지켜주는 숲-물건리의 방조림